묵자의 계약론적 국가론
- Abstract
- 1. 고대 중국은 주나라 봉건제를 통해 국제적 다국 공존의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춘추 시대부터 주나라 봉건 체제가 흔들렸고, 제후들은 天子를 무시하고, 서로 공격 전쟁을 감행했다. 춘추 시대에는 주나라 천자는 받들되, 자신이 실질적으로 천자 노릇을 하는 패자(覇者)가 되려 했다. 전국 시대에는 다른 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정복 전쟁을 벌렸다.
이 시기에 묵자는 주나라 봉건제를 이상으로 하는 국가를 구상했다. 그는 국가 구성의 핵심 이론을 ‘10론’에서 전개했다. 그 가운데 상동(尙同) 겸애(兼愛) 천지(天志) 등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계약적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무력으로 타국을 정복하는 것을 반대한다. 국가 구성은 공격 정복에 의할 것이 아니라,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상동과 겸애를 맞교환하는 체제여야 한다.
2. 묵자는 상식적인 경험주의자로 인간의 감각 지각에 따른 욕망과 이기심을 인정한다. 개인 각자가 이기심을 따르는 데서 발생하는 이익 다툼의 분쟁 조정을 위해 상동(尙同)을 지시한다. 상동(尙同)은 윗사람의 조정을 아랫사람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조정 과정에서 전체의 이익의 극대화를 도출시키고자 한다. 이런 상동의 체계가 바로 국가의 체계이다.
묵자의 문제 의식은 백성들의 세 가지 근심(三患, 의식주 문제)의 해결에 있다. 정복 전쟁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백성이다. 3환은 주로 정복 전쟁 때문이다. 정복 전쟁은 군주 개인의 천하 제패의 욕망에 따른 것이다. 나아가 최강국의 군주가 천하를 통일하려는 야망 때문이다. 천하 통일은 결국 천하를 사유 재산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묵자는 비공(非攻)과 겸애(兼愛) 천지(天志)를 통해서 이것을 해결하려 했다.
3. 묵자는 중국에서 최초로 ‘지배-복종’의 근거를 따졌다. 왜 백성은 지배에 복종해야 하는가? - 이에 대한 답이 상동(尙同)이다. 상동(尙同)은 ‘위와 같아짐’, 또는 ‘위에 복종함’이다.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의로움이라 주장하며 서로 다툴 때, 현자(賢者)의 중재에 ‘복종’한다. 현명한 자를 뽑아서 윗사람으로 삼는다. 윗사람은 조정자이다. 현자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조정하는 능력을 갖춘 자이다. 이 능력을 겸애라고 한다. 겸애(兼愛)는 ‘전체를 아우르는 사랑’이다. 분쟁 당사자 전체를 고루 사랑하기 때문에 공정한 중재를 한다.
아래 사람들이 자신들 가운데서 현명한 자를 추대한다. 조정자는 자신들 안에서 현명한 자이다. 외부에서 온 강자가 아니다.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에 그 능력을 잘 안다. 이렇게 마을에서 뽑은 이가 이장(里長), 고을에서 향장(鄕長), 나라에서 정장(政長)을 추대한다. 이처럼 권력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서 성립된다. 여기에서 추대는 계약론과 연결된다.
분쟁 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공평성이다. 이를 위해 겸애가 필요하다. ‘전체 사랑’(兼愛)는 공정함이다. 윗사람의 조정에 아랫사람이 따름(尙同)은 상동과 겸애의 맞교환이다. 위가 겸애하기 때문에, 아래는 상동을 한다. 이는 계약적인 의미를 가진다.
묵자의 상동과 겸애는 지배-복종의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통치의 정당성을 바로 그런 계약론적 관계에서 찾는다. 이는 정복 전쟁으로 나라를 세우고 통치하는 것에 대한 정면의 반대이다.
4. 비공(非攻)은 공격 부정이다. 묵자 당시는 전국 시대이다. ‘戰國’은 ‘싸우는 나라’를 뜻한다. 비공은 당시의 정복 전쟁에 대한 비판이고 대안이다. 비공은 국제적으로 상동(尙同)과 겸애(兼愛)를 실천하자는 주장이다.
주나라 봉건제의 와해로 제후국들의 질서를 잡아줄 천자가 사라졌다. 그래서 제후들이 서로 치열하게 싸운다. 힘에 의한 정복 전쟁은 논리적으로 결국 최강국이 나머지를 다 잡아먹는 것으로 귀결된다. 1국이 나머지 국가를 통합하는 것과 다국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은가? 1국의 통일은 이익 보다는 손해가 많다. 1국이, 혹은 1명의 왕이 천하를 독식하는 것이 어떤 파국적 결과를 가져오는 지는 진시황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1인의 주인, 만인의 노예 체제이다. 천하가 반란에 휩싸이게 한다. 나아가 경쟁이 없음은 중국의 힘을 약화시켜, 이민족의 침략을 불러들인다.
묵자는 조정자인 천자가 없는 다국의 무제한 전쟁을, 비공(非攻)을 통한 다국 공존으로 재정비하고자 했다. 비공(非攻)은 공격 반대, 수비 방어 전쟁 찬성이다. 모든 나라가 이 전략으로 나가면, 다국 공존의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 이에 자국을 경제적으로 개발하고, 국제적으로 무역을 한다. 이것이 침략 전쟁보다는 국가 사이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다. 다국의 평화적 경쟁은 중국 전체의 힘을 증가시켜, 이민족의 침략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5. 겸애(兼愛)는 ‘전체를 아우르는 사랑’이다. 유가의 별애(別愛)는 ‘구별하는 사랑’이다. 겸애는 전체 중 어떤 것에도 차별이 없는 사랑이다. 반면 별애는 가족의 관계를 기본으로 하여 거기에서부터 확장되는 사랑이다. 인(仁)이 그것이다. 겸애는 전체를 모두 배려하되, 평균적 정의가 아니라, 배분적 정의이다. 지배자가 상동(尙同)을 할 때 겸애가 필요하다. 겸애는 전체 모두를 고려하는 공정함과 공평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조정자인 윗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위가 겸애를 할 때 아래가 상동을 한다. 겸애와 상동의 교환에서 지배와 복종의 정당성이 성립한다.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겸애는 무조건적인 사랑(agape)이다. 인간들의 조건적인 이기주의적 사랑(eros)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겸애의 맨 위에는 하느님의 뜻(天志)이 있다. 하늘의 뜻은 겸애이다. 모든 사람이, 특히 땅위의 강자들이 겸애를 하라 – 이것이 하늘의 뜻이다. 현실에서 강자는 그 힘으로 약자를 공격하지, 겸애하지는 않는다.
6. 묵자는 하느님을 도입하여 상동(尙同)과 겸애(兼愛)의 실천을 유도한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위를 한다. 하느님은 인격신이다. 전지전능하며, 자유 의지를 가지고, 인간에게 상과 벌을 내린다. 결국 하느님의 존재는 인간의 욕망과 이성에 한계를 긋는 역할을 한다. 전국 시대는 힘이 지배했다. 강자는 무력으로 약자를 공격했다. 이런 강자를 제어할 존재는 땅 위에는 없었다. 오직 하느님만이 그것을 제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강자들이 하느님을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무시의 댓가는 참혹하다. 진시황이 죽은 뒤의 진나라가 그렇다. 묵자가 하느님의 상과 벌을 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이다.
묵자는 국가와 국제 질서의 핵심으로 겸애와 비공, 상동을 든다. 이 셋은 결국은 천지(天志)의 기반 위에 있다. 묵자는 이 네 개념을 통해서 백성들이 가진 의식주의 세 가지 근심을 해결하는 국가를 만들고자 한다.
- Author(s)
- 김지영
- Issued Date
- 2021
- Awarded Date
- 2021-08
- Type
- Dissertation
- Keyword
- 10론; 상동(尙同); 현자(賢者); 비공(非攻); 겸애(兼愛); 천지(天志); 계약.
- URI
- https://oak.ulsan.ac.kr/handle/2021.oak/5973
http://ulsan.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508032
- 공개 및 라이선스
-
- 파일 목록
-
Items in Repository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