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울산지역 재지사족의 분열과 갈등

Abstract

조선후기에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향촌 내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나타났다. 울산 역시 당시 사회적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울산에서는 구강서원과 난곡서원을 두고 재지사족 간에 갈등이 나타났다. 처음의 갈등은 남인계 서원인 구강서원의 건립과정에서 나타났다. 울산의 기존 재지사족들은 서원이 건립되기 이전에 향교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향촌 내에서 서원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서원건립 움직임이 나타났다. 향촌 내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학성이씨는 몇 개의 성씨와 함께 구강서원을 건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향촌 내에서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울산박씨는 향교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이 분산될 것을 염려하여 서원건립을 반대했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나타났다. 결국 서원은 건립되었고, 청액활동을 통해 사액이 완료되었다. 서원건립을 반대한 울산박씨는 서원건립 이후 향촌 내에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서원건립을 둘러싸고 나타난 갈등은 서원세력과 향교세력간의 기득권 갈등이었다. 서원이 건립되고 60년 후 1759년에는 남인계 서원인 구강서원에 노론계 인물인 송시열을 추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남인계 서원에 노론계 인물을 제향하는 것은 향촌 내에서 다른 갈등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사회적 흐름은 중앙 노론세력이 영남지역에 자신의 세력을 부식시키고자 했다. 향촌 내에서 기득권을 차지하고자 한 신출 노론세력들이 중앙 노론세력과 이해관계가 맞아 노론계 서원을 건립했다. 구강서원에 노론계 인물을 제향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었지만, 새로운 노론계 서원 건립이 아닌 기존 남인계 서원에 노론계 인물을 추향하는 것은 여타 영남지역과는 다른 현상이었다. 송시열 추향세력은 직역이 대부분 유학으로 사족이었다. 일부 직역이 변화한 인원들도 있었다. 추향세력의 부(父), 조(祖), 증조(曾祖)의 직역 역시 대부분 유학으로 나타나 추향세력은 대대로 울산지역에서 사족가문이었다. 이들의 가계는 향안 입록자의 후손도 있었으며 향임직을 역임한 가계였다. 이는 향촌 내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추향세력 본인 대에 향임직을 역임하는 비율이 낮아져 향촌 내에서 입지가 낮아졌다. 이는 이들이 향교세력인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추향세력들은 대부분 향교의 명부인『유림안』에 입록되어 있었다. 구강서원이 건립되면서 향촌 내 기득권은 서원세력이 우세하게 되었으므로 추향운동은 향촌 내에서 입지가 낮아진 사족들이 정치적으로 노론세력을 표방하여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나타난 갈등과 마찬가지로 서원세력과 향교세력간의 기득권 갈등이었다. 추향운동 실패 이후 약 60년이 흘러 노론계 서원인 난곡서원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난곡서원의 건립 대표자는 2인으로 나타났다. 이들 역시 사족이었다. 난곡서원의 건립역시 노론계 서원이라는 점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난곡서원의 건립 대표자는 추향세력의 후손도 있었으며, 향교세력이었다. 추향운동이 실패로 돌아갔으므로 추향세력들의 향촌 내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이들의 향임직 역임 비율은 더욱 더 낮아졌다. 난곡서원의 건립을 통해 향촌 내에서 그들만의 구심점을 만들고자 했으나 그것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난곡서원은 서원 철폐령이 시행되기 이전에 그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결국 난곡서원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울산의 노론세력들은 무너지고 말았다. 이 갈등 역시 구강서원세력과 향교세력의 기득권 갈등이므로 결국 울산에서 나타난 재지사족간의 갈등은 기득권을 두고 서원세력과 향교세력간의 갈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