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장의 가을』은 출간 이후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이 작품을 독재자 소설로 분류하면서 권력의 문제와 독재체제의 폭력, 그리고 비인간성과 고독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사용된 신화도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기독교 신화뿐만 아니라 콜롬비아와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신화도 연구되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콜라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특징에 바탕을 두고 이 글은 상호텍스트성 관점에서 여러 밑텍스트가 어떻게 감추어지고 변형되는지 알아보면서, 가르시아 마르케스 글쓰기의 특징을 알아보려고 한다. 특히 콜럼버스의 『콜럼버스 항해록』과 루벤 다리오의 여러 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호텍스트성 기능은 패러디이다. 다른 글의 반복, 즉 상호텍스트성은 권위와 중심의 해체를 의미한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이것이 상정하는 의미화 과정을 즐기면서, 유희적 방식으로 자기 작품에 사용한다. 그렇게 반복은 열등한 사본을 생산하는 과정이 아니라, 창조적 과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