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연행시(燕行詩)가 여행 문학으로서 국내 유람시?기행시와 어떠한 차이점을 보이는지 밝히고 그러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연행시의 양식적 특성과 관련하여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행시는 연행 과정에서 지은 시다. 연행도 일종의 여행이라는 점에서 연행시는 금강산 등 국내 유람 과정에서 지은 시와 표면적으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기도 한다. 연행시와 기행시의 유사성에 대한 지적은 몇 차례 있었으나 본고를 통해 그 둘의 차이점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같은 여행 문학이라는 점에서 여느 기행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들을 연행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정의 견문을 재현하거나 역사를 회고하고 동행과 수창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는 연행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행 문학 보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중국 문사와 수창하거나 중국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 객수(客愁)를 서정적으로 읊조리는 등의 것은 여느 국내 유람시?기행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연행시만의 특징이다. 국내 유람시?기행시와 연행시의 공통점과 차이점만 살핀다고 해서 연행시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하기 어렵다. 연행시는 그것을 이해하는 데 있어 연행이라는 현실적?체험적 맥락, 즉 시가 지어진 상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점에서 연행시는 서정적 성격이 강한 일반적 한시나 국내 유람시?기행시에 비해 교술적 성격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행시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작(詩作)의 상황, 즉 연행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시인의 현실적 경험에 대한 고려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