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권실사 제도화 방안
- Abstract
- 인권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침해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국가만큼 기업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기업의 활동에 의한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인권 또는 인권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기업이 인권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인권경영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인권경영에 대해 가장 영향력이 있고 대표적인 국제규범은 UN 사무총장 특별대표였던 존 러기가 2011년에 작성한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이다. 존 러기는 기업과 인권에 대해 국가의 인권보호의무, 기업의 인권존중책임, 구제에의 접근이라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국가의 인권보호의무는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국가가 정책, 법률, 규제, 판결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은 기업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과 자신이 개입된 부정적 인권 영향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제에의 접근은 기업에 의해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본 당사자에게 사법적, 비사법적 구제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을 실현하는 핵심적인 수단은 ‘인권실사’(due diligence)다. 인권실사는 기업이 자신의 활동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 미리 살펴보고, 그럴 소지가 있으면 그 점을 고려해서 경영함으로써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그러한 활동의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개하는 활동이다. 인권실사의 특징은 기업이 자신의 활동에 대해 스스로, 예방적으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절차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의 결과를 경영에 반영하며, 경영의 결과가 효과적인지 평가하며,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이해관계자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인권경영의 주체는 기업이며, 인권실사를 비용을 들여 수행하는 것도 기업이다.
인권실사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도입되었다. 사실 기업이 인권존중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권실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으로서는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다. 따라서 기업은 인권실사를 자발적으로 시행할 이유가 부족하고, 실제로 확산속도가 매우 더뎠다.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인권실사를 강제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왔다. 이미 EU를 중심으로 인권실사를 법률로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실사의무법이 도입되었으며, 독일도 올해부터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하고 있다. 외국의 인권실사법은 인권실사의 범위를 ‘공급망’까지 확대하고 있다. 공급망은 기업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원료와 자재를 공급해 주는 곳, 기업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회사, 기업의 하도급 업체, 협력업체를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권실사에 관한 법안이 제출되었다. 2022년 12월 발의가 된 ‘해외자원개발사업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분쟁 및 고위험 지역’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하려면 인권과 환경에 대해 실사를 해야 한다는 의무를 담고 있다. 적용대상 기업의 범위가 좁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인권실사를 의무로 도입하는 최초의 법안이다. 더 나아가 모든 기업에 대해 인권실사를 의무로 도입하는 법안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인권실사법은 기업이 인권을 존중하고,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이 정의와 구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꼭 필요한 법안이다. 이 논문에서는 인권실사법이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외국의 입법 사례를 참고하여 법안에 반드시 담겨야 할 내용을 제안하였다. 법안에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이 제시한 국가의 인권보호의무, 기업의 인권존중책임, 구제에의 접근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권실사에 대한 정의나 내용을 정리한 법안이 없으므로 기업이 지켜야 할 인권의 기준과 범위, 인권실사와 관련된 용어에 대한 정의도 포함되어야 한다. 인권실사법의 적용대상 기업은 모든 기업으로 하되 기업의 규모와 인권침해의 위험성에 따라 다르게 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인권실사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이행체계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그리고 인권침해 당사자에 대한 권리구제 방안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인권실사의 이행을 강제하는 법률적 제재로 형사적 제재, 행정적 제재,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적 제재의 방식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인권실사법이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종이호랑이가 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기업들이 지속해서 해를 일으키면서 이를 은폐할 수 있는 새로운 위장(green washing)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Author(s)
- 최한석
- Issued Date
- 2023
- Awarded Date
- 2023-08
- Type
- Dissertation
- Keyword
- 기업과 인권; 인권경영; 인권실사; 인권실사법; 기업의 인권존중책임; ESG
- URI
- https://oak.ulsan.ac.kr/handle/2021.oak/12864
http://ulsan.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692434
- 공개 및 라이선스
-
- 파일 목록
-
Items in Repository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